무스비야(結家)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오길 기다리는 중
무스비야(結家)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오길 기다리는 중


작년 2015년 여름, 중딩 친구인 굶과 으녕과 함께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났다.

11박 12일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은 여행기간. 우리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되는 대로 있다 오기'였다^^

관광도 하긴 했지, 한 세 곳? 국제거리, 슈리성, 츄라우미 수족관 정도.


나머지 날들은 그냥 머물고 있는 숙소 주위를 걸어댕기고 자전거 빌려 타고 편의점에서 식량 털고 하던게 전부였다.

산책도 하고 가라오케도 함 쌔려주고 굶 생일이 겹쳐 치즈 케이크만 파는 작은 가게에서 조각 케이크 여러 종류 사서 바다 보이는 공원에서 조촐한 축하파티도 했다. 아주 일상적인 나날들을 보냈다.

사실 오키나와 오기 전에도 두번 정도 일본여행을 간 적이 있었지만, 이때만큼 기억이 반짝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무스비야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가지 않았다면 오키나와에 대한 인상은 그냥 거기서 그쳤을지도 모른다.

무스비야는 오키나와 북쪽에 위치한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한산하고 인적도 드문 곳이긴 하다. 츄라우미 수족관이 근처에 있긴 하지만 버스 타고 좀 나가야 될 정도?


하지만 거기서 잊지 못할 수많은 기억들을 추억들을 남겨왔을 뿐 아니라 내 인생관이 명확해지기도 했다.

2년 전 휴학을 하고 휴학 막바지 겨울에 미국 여행을 다녀와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겠다' 하는 가닥이 좀 잡혔다.


"아등바등, 무조건 바쁘게만 살 필요가 없겠구나."

이렇게 넓은 세상이 있는데 나는 그동안 그렇게 좁은 곳에서 아등바등거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지만, 세상에는 이렇게나 선택지가 많은데 내 시야는 정말 좁디좁디 좁디 좁았구나- 싶었다.

여지껏 호리병 안에 갇혀서 호리병 입구만 바라보며 필사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호리병이 미국 갔다 와서 깨졌고, 그러자 근거 없는 여유로움이 피어올랐다.


그 이후 '아등바등 살지 말자'가 내 인생관의 뼈대가 됐다.

하지만 아직 확신이 들진 않는 상황이었다. 복학 후 한 학기 동안 나는 또 과제에 치여 아등바등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쟁같던 한 학기를 마치고 휴가를 떠난 곳이 바로 오키나와였다. 구체적으로 게스트 하우스 무스비야.

무스비야에서의 5일 간의 짧았던 머무름이 아직 확신 없던 내 뼈대에 부분적으로나마 살을 붙여줬다.


"이런 삶도 있구나-" 싶었다.

다채로웠지만 막연했던 선택지들이,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나를 반겨줬다.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는 으녕을 옆에서 몇시간 동안이나 지켜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내 생전 그렇게 많은 별은 첨 봤다. 그것도 모래사장에 여러 사람들과 누워서.

밤이 늦었는데 게스트들과 피아노 치고 기타 치며 함께 노래도 불렀다.

태풍을 부스터 삼아 달리기 경주도 하고 저녁엔 게스트들이 모여 자기가 직접 만든 음식들을 함께 나눠 먹었다.

그 밖에도 힘들 때 어김없이 나를 지탱해주던 기억들이 존재했다.


거기서 일하고 싶어졌다. 그 삶이 내 삶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돌입했고, 일본 워킹 홀리데이 비자도 취득했다. 2월 말에 떠나게 됐다.

이제 게스트들 픽업하는데 필요한 면허만이 남은 상태다. 면허증이 아직 없다 나는....^^ 진작에 따놓을걸 그랬지...



여하튼 그러하다. 그래서 오키나와 워홀을 준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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