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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사랑은 오키나와에서처럼 06

오키나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썸타는 한국인 정국과 일본인 뷔의 이야기


Fireworks

우 니가 왜 이리 좋아







정국은 오늘도 아침 청소를 일찌감치 끝내고 로비 소파에 앉아 선풍기 바람에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요즘 정국에게 추가된 일거리가 하나 더 늘었는데, 바로 점심 시간에 맞춰 뷔를 깨우는 일이었다. 뷔는 바텐더 일이 잘 맞는지 거의 매일 옥상바를 열었고, 손님들 또한 새벽 늦게까지, 아니 아침 일찍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시간까지 놀다가 뜨는 해를 보고서야 다들 잠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손님들을 다 보내고 뒷정리를 하고서야 뷔 역시 잠자리에 들 수있었다. 같은 침실은 아니지만 가끔 물 마시러 부엌으로 향하던 정국은 뒷정리를 끝내고 돌아오는 뷔를 마주치곤 했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술병과 쓰레기를 이고 지고 계단을 내려오던 뷔와 딱 마주쳤다.


"이제 끝났어?"

"어. 넌 안 잤어?"

"피곤하겠다. 난 어제 일찍 잤지. 목 말라서 잠깐 물 마시러 나온 거."

"아아. 아, 잠온다..."

"쓰레기 줘. 내가 버릴게. 넌 얼른 들어가 자라."

"오? 쿠쿠~"

"착하지? 엉덩이 토닥토닥 해줘."

"잘 자라."

"아, 야! 토닥토닥 해줘, 짜식아! 야! 태형아!"


피곤한 자신을 배려해주는 정국에게 감동 어린 눈빛을 발사하려던 뷔는 정국의 얼토당토 않은 스킨쉽 요구에 다시 삼백안을 번뜩이며 정국을 무시하고 돌아선다. 정국이 애타게 불러보지만 뷔는 자신의 침실로 사라질 뿐이었다. 그런 뷔의 뒷모습을 보며 정국은 피식 웃었다. 부끄러워하기는. 뷔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정국은 아침부터 무슨 이유에선지 기분이 들뜨고 좋아졌다. 아직 아침 청소까지 3시간 정도가 남은 시간이었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 시각 침실로 돌아온 뷔 역시, 정국에게 삼백안을 부라리며 돌아섰지만 어느 새부터인지 얼굴이 풀려있다. 입꼬리 새로 가벼운 웃음도 새어 나온다. 실없는 녀석이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침대로 가 몸을 눕히는 뷔였다. 자기 키만 한 커다란 곰인형을 끌어안으며 뷔는 붕붕 뜨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잠에 든다. 요즘 점심 때마다 자신을 깨우는 정국이었기에 뷔는 곧 다가올 점심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거야 뭔, 어린왕자 기다리는 여우도 아니고. 쓸데 없는 사념을 애써 쫓으며 뷔는 잠을 청한다.






정국이 로비에 앉아 만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스태프룸에서 한창 일처리를 하던 손쨩이 여유로워졌는지 아침부터 맥주캔을 들고 정국의 옆 소파에 앉는다.


"수고했어, 손쨩."

"아- 고마워, 쿠쿠. 아침부터 전화가 왜 이렇게 많이 오는지."

"이제 슬슬 황금연휴라서 그러지?"

"어... 그 땐 좀 바쁠 거야. 각오해~ 지금처럼 여유롭진 않을 테니까."

"에-이, 나 유능한 거 모르남?"

"와하하하핳, 맞네! '난데모 데키루(뭐든지 잘하는)' 쿠쿠니까! 걱정 없다."


손쨩의 말대로 정국은 '뭐든지 잘하는' 스태프였다. 능수능란하고 눈치도 빨라서 일을 가르쳐주면 이해력과 흡수력이 빨라 무엇이든 척척 해냈고, 힘도 좋고 요령도 좋아 청소든 침구 정리든 빠르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어디 그 뿐인가? 영어도 제법 할 줄 알아 외국인 손님이 오면 통역이나 접수도 문제 없이 해내고ㅡ일본인들은 생각보다 영어를 매우 못했기에 정국이 유일한 '영어 할 줄 아는 스태프였다'ㅡ, 가끔 한국 요리도 맛드러지게 만들어 스탭들에게 예쁨을 샀다. 그러니 '난데모 데키루'라는 호는 정국에게 전혀 과하지 않은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무렴요. 손쨩 오늘은 점심 같이 먹어? 오늘도 아라키상이 점심 만들고 있어."

"그래? 오늘은 같이 먹을까~ 뷔쨩도 먹지?"

"응. 오늘도 내가 깨운다."

"하하하, 사이 좋네. 뷔쨩, 쿠쿠 오고 나서 예전보다 좀 밝아졌어. 보기 좋아."

"그래? 난데모 데키루 쿠쿠라서 그런가?"

"하하하하하, 그것도 맞는 말이네."


손쨩과 즐겁게 잡담을 하던 쿠쿠는 어느 새 대화의 주제가 뷔가 되자 저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졌다. 그리곤 자기가깨우러 갈 때마다 애도 아니고 제 키만 한 곰인형을 끌어안고 자고 있다느니, 깨우면 짓는 어벙한 표정이 볼만하다느니,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가 푹 잠겨서 들어주기 흉하다느니, 뷔에 관한 얘기를 주절주절 즐겁게 풀어놓는 것이었다. 손쨩은 그런 쿠쿠에게 맞장구쳐주며 가만가만 쿠쿠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주방에서 아라키상의 '밥 먹으라'는 말이 들려왔고, 손쨩은 밥상 차리는 것을 도우러 주방으로 향했고 정국은 다른 스태프들을 불러 모은 후 뷔를 깨우러 그의 침실로 향했다. 


한 낮의 침실은 체크아웃하고 나간 게스트들의 빈자리로 한산했고, 특히나 오늘은 뷔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정국은 성큼성큼, 하지만 발소리를 내지 않고 커튼이 쳐져 있는 뷔의 침대로 향했다. 슬쩍 커튼을 좌우로 걷자 어김없이 곰인형을 끌어안고 색색 숨을 내쉬며 곤히 자고 있는 뷔가 보인다. 커튼을 다 걷어내지 않고 침대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 앉은 정국은 걷었던 커튼조차 다시 닫는다. 놀래켜 주려는 심산일까?


"어이, 태형아. 일어나."


...그럴 심산이 아니었는지 그저 담백하게 뷔를 깨우는 정국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자기를 흔들어 깨우지 않고 조용조용 말로만 깨우는 정국의 목소리에, 뷔는 이게 잠결인지 꿈결인지 분간을 못하고 잠긴 목소리로 우웅거릴 뿐이었다. 그런 뷔를 보고 입꼬리를 올려 미소짓던 정국은 안 일나냐! 소리 지르며 뷔의 등 뒤로 누워서는 그대로 뷔를 가운데 두고 팔을 쭉 뻗어 곰인형을 잡아끌어 껴안듯 한다.

정국의 갑작스런 일갈 아닌 일갈에 깜-! 짝 놀란 뷔는 으어억! 하며 덜떨어진 소리를 내며 눈을 번쩍 뜨고 감전된 개구리처럼 몸을 펄떡 일으키려 하지만, 곰인형과 정국의 사이에 꽉 끼어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그마저도 비몽사몽한 상태라 자신의 몸이 왜 안 움직이는 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멍한 머리로 몸을 굳힐 뿐이었다. 갑작스런 기상에 혈압이 올랐는지 심장이 펄떡펄떡 뛴다. 

정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다이나믹하고 재밌는 뷔의 반응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하하! 목청껏 웃어재낀다. 여전히 곰과 저 사이에 누운 뷔를 끌어안고는 말이다. 제 웃음소리에 천천히 정신이 드는 중인지 사부작거리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뷔. 크게 떠진 눈과는 반비례로 아직도 눈빛은 몽롱하다. 정국은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눈으로 그런 뷔를 응시한다. 뷔는 가만히 사태를 파악하는 중인 듯 했다. 저가 잠들었고, 정국이 저를 깨우러 왔고, 어찌 된 영문인지 자신은 깜짝 놀라서 일어났고, 일어나 보니 몸이 안 움직이고, 평소보다 덥고, 뒤에 뭔가 달라붙어 있는 듯 했고, 돌아보니 정국이었고. 결국 결론은 '정국이 저를 깨우러 온 것'.

사태파악이 끝났는지 크게 뜨인 눈이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고, 굳혔던 몸에 힘도 풀었다. 이 자식이 저의 멍청이 같은 표정을 보려고 일을 꾸몄구나 싶어 짜증이 올라오려는데, 정국이 제가 정신을 차렸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저를 놓아주지 않자 의아해 하려던 찰나의 뷔였다. 정국이 눈을 감으며 저의 뒷목에 제 이마를 기대어 온다. '아, 잠온다-' 라는 말을 뱉으며 끌어안고 있던 곰을 더 끌어안는다. 이쯤 되면 곰을 끌어안는다는 말은 핑계처럼 들리지만 말이다.


"안 떨어지냐. 덥다. 배고프다. 나가서 아라키상 밥 먹고 싶다."

"우움, 내가 오늘 아침 청소를 얼마나 기깔나게 빤딱빤딱 열심히 했는 줄 아냐... 피곤해 죽겠다, 태형아."

"저기요, 저는 아침 여섯시까지 술 팔고 왔거든요?"

"우리 자기 돈 많이 벌어 왔쪄요?"

"으아아아아악!!! 그만둬, 떨어져!!!!!!"


징그럽고 능글맞은 멘트를 뻔뻔스럽게 귓가에다 치며 뷔의 복부를 쓸어올리듯 손을 대는 정국에, 결국 참지 못하고 정국과 곰인형을 밀어내며 침대에서 펄쩍 뛰쳐나오는 뷔였다. 그대로 침실 문을 열고 소리지르며 뛰어나가는 뷔의 뒷모습에 정국은 작은 아시아 게스트 하우스가 떠나가라 웃어 재꼈다. 동시에 제 가슴에 닿던 뷔의 온기가 사라져버린 것이 조금 아쉬운 것에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지만 말이다. 




다시 돌아왔어요.너무 늦어져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복귀한 기념(?)으로 이번 분량은 좀 짧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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