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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사랑은 오키나와에서처럼 05

오키나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썸타는 한국인 정국과 일본인 뷔의 이야기

花요일

니 생각이 매일 움트다 작은 감정으로 돋아나 니가 내 맘 속에 피어나







아침 청소를 하다 말고 한 손님이 체크인을 하려 하기에 급히 접수대로 갔다. 예약을 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현재 남는 침대가 있는지 물어온다. 평범해 보이는 남자였는데 조금 껄렁해 보이는 것 말고는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작은 아시아는 주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이 숙소에 머물러 오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호텔 검색 사이트에서 오기 전 미리 예약을 하고 오거나 전화로 예약을 한 후 찾아온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당일 즉흥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게 마련이다.

예약한 게스트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신은 여기서 스태프로 일하게 된 지도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청소만 했지 그 프로그램을 다룰 줄은 모른다. 느긋한 성격의 손쨩은 "부담갖지 말고 천천히 알아가면 돼~"라며 아직은 게스트 하우스 청소나 게스트들의 안내만을 부탁하고 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손님에게 정국이 조금 쩔쩔매고 있자, 마침 타이밍 좋게 손쨩이 내려온다. 오늘도 아침부터 활기찬 그녀다.


"오~하요~ 쿠쿠!"

"오하요 손쨩! 아 손쨩, 방금 오셨는데-"

"아! 고마워, 쿠쿠. 어서 오세요~ 예약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예약은 안 했는데여... 암떼나 비어있는 데 없어여?"

"...한 번 봐야겠다, 곧 골든위크라 예약이 꽉 차서요."


음? 

손쨩의 마지막 말에 정국은 의아한 눈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다룰 줄은 몰라도 대충 볼 줄은 안다. 분명 슥 한 번 훑어봐도 듬성듬성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하지만 눈치 빠른 정국은 손쨩의 동태만 살필 뿐이었다. 손쨩은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며 골똘한 표정을 지으며 마우스를 괜히 달칵달칵 한다.


"아- 죄송하지만 오늘은 비어있는 침대가 없네요."


으음?


"아... 그래여? 내일은여."

"모레까지 없네요. 캔슬 자리가 나면 모를까, 다른 숙소 찾는 게 더 빠를 거예요."

"아... 예..."

"...가세요-"


돌아서는 손님에도 인사하지 않는 손쨩 때문에 괜히 무안해진 정국이 슬쩍 인사를 건넨다.


"흠, 저런 류의 사람은 이런 데 와서 괜히 사람들 분위기 흐리거나 술 취하면 피곤할 스타일이야. 들이고 나서 고생하느니 애초에 안 받는 게 상책이지."

"...진짜? 어떻게 딱 보고 알아?"

"내가 20살 때부터 히로상(사장) 밑에서 게스트 하우스 스태프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 봤는데. 그게 십 년이 넘어가니 이제 사람 인상이나 말투만 탁 봐도 견적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오, 손쨩 쩌는데? 난 아직 사람 잘 볼 줄 모르는데."

"괜찮아~ 난 또 눈썰미가 좋은 편이기도 하거든. 그리고 쿠쿠도 내 나이 되면 지금보다는 더 잘 보일 수도 있어."

"그랬으면 좋겠다. 여튼 도와줘서 고마워, 난감한 참이었거든."

"천만에~ 손님 맞아줘서 고마워."

"아냐, 뭘. 한 것도 없는데. 쿠쿠는 다시 청소하러 감니당."

"고마워, 잘 부탁해!"


다시 청소하러 돌아가는 정국이었다. 정국은 손쨩의 눈썰미가 믿을 만 한지 어떤지는 아직 감을 잡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갖고 있는 손쨩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정국은 손쨩의 또 하나의 부분이 좋았는데, 그건 모든 스태프들에게 항상 '고마워' '너의 덕분이야' '잘 부탁해' 등의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었다. 정작 자신은 별 것도아닌 것을 하는데도 손쨩의 그런 칭찬의 말을 들으면 괜히 어깨가 으쓱하고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쨩은 좋은 점장이었다. (결가의 유이네와는 다르게...)


"어, 쿠쿠 안녕."

"태형아~ 웬 일로 일찍 일어났냐?"

"똥."

"...아씨, 방금 청소 다 해놨구만!"

"에헤헤, 어쩐지 깨끗하더라~"

"아이씨, 냄새야!!!!"

"나 잔다, 수고해-"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등장하는 뷔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오는 정국이었다. 거의 매일 밤마다 옥상바를 운영하는 뷔였기에 이런 이른(?) 아침에는 얼굴을 마주하기 힘든 인사인데. 아하- 제가 손수 깨끗이 청소해놓은 화장실에서 모닝똥을 때리신 게로구나. 빙구 웃음을 지으며 정국을 지나쳐가는 뷔에게 코를 막고 미간을 찌푸린 채 일갈하는 정국이었다. 뷔가 돌아서서 상큼한 윙크를 날리더니 코너를 돌며 사라진다. 정국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뷔가 사라진 흔적을 좇는지 잠시 가만 서 있다가 다시 청소를 한다.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쿠쿠."

"응?"


세면대 청소를 하려고 수세미에 세제를 짜는데, 사라졌던 뷔가 다시 나타나 코너 끝에서 머리만 살포시 내밀더니 정국을 부른다.


"좀이따 다 같이 점심 먹을 때 나 깨워."

"알았어."

"땡큐."

"잘 자."

"응, 수고."


복사 붙여넣기를 해본다. 정국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뷔가 사라진 흔적을 좇는지 잠시 가만 서 있다가 다시 청소를 한다.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 보!"

"앗싸~!!!! 졌다!!!!!"

"아아아아아악!!! 왜!!! 왜 맨날 나만 걸리냐?!?!!"

"아하하하핳하핳, 오늘도 잘 부탁한다, 쿠쿠!!!"

"아 왜!!!!!! 다 짰지? 이거 짜고 치는 거지, 어?!!"

"아, 잘~ 먹었다!"

"친절한 쿠쿠씨."

"우리 쿠쿠상은 설거지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대요(하트)"

"아냐!!!!!"


작은 아시아의 점심 식사 시간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아침 당번이 아닌 스태프들도 점심 때는 대부분 다 함께 모여단란하게 밥을 먹고는 한다. 그리고 식사가 다 끝나면 으레 그렇듯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당번을 정하는데, 희한하게 이기는 사람이 설거지를 하는 게 이 숙소만의 독특한 룰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시리 열에 한 두번을 제외하고는 항상 정국이 걸리는 거였다. 이러한 사태가 한 달 가량 지속되자 정국은 마침내 이건 모략이며 음모라며 바닥에서 몸부림을 치며 사자후(?)를 토했다.

그런 정국을 보며 작은 아시아의 모든 스태프들이 낄낄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포만감 가득한 배를 통통 두드리며. 얄미워 죽겠네! 그래도 다들 양심은 있는지, 빈 그릇들을 전부 싱크대에 가져다는 놨다. 친절들 하셔, 정말.


"둔해 빠져가지구."

"뭐?! 역시 짠 거 맞지, 어?!?"


씩씩거리며 설거지를 하는 정국의 옆으로 뷔가 살금 다가와 정국을 살살 건드린다. 이제 알았냐는 눈빛으로 정국을 올려다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마른 수건으로 정국이 씻어 놓은 그릇들을 닦는다.


"올, 병 주고 약 주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국은 몰랐겠지만 정국이 항상 묵을 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눈치챈 스태프들이 항상 찌를 내는 거라고. 뷔의 기밀누설에 또 다시 분기탱천하는 정국을 보고 뷔 역시 박장대소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아시아의 오후였고, 오늘도 사이 좋은 정국과 뷔였다. 더워져서 그런가,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따땃하네 그려.






"아... 근데 저 오늘은 저녁 타임이라서요. 밖에 못 나갈 거 같네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내일은 괜찮으세요?"

"내일요? 내일...은 네, 뭐... 괜찮을지도요."

"정말요? 그럼 내일 같이 저녁 하는 거예요!"

"...네. 그렇게 해요."

"그럼 내일 꼭꼭! 봐요! 빠잉-"


침구 세팅을 끝내고 헌 침대와 베개 시트를 잔득 들고 계단을 내려오던 정국은 로비에서 뷔와 며칠 전부터 묵던 게스트로 보이는 어떤 여자가 대화하는 것을 봤다. 누가 봐도 여자가 뷔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광경이었다. 뭐야, 저 여자는. 정국은 안으면 자신의 코 밑 높이까지 쌓여있는 시트 꾸러미가 무겁지도 않은지 그대로 안아 든 채로 뷔와 함께 여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일 데이트 가시나 봐?"

"데이트 아닌데."

"아니긴, 딱 봐도 데이트 하자는 폼이구만."

"그건 그런데..."

"왜 가기 싫은 눈치냐?"

"음... 그냥 별로 안 가고 싶어서."

"왜? 개 예쁜데? 다리도 죽이는데? 엉덩이도 빵빵한데? 딱 니 타입인데?"

"...죽여주긴 하지?"

"이 변태새끼."

"이 자식이."


정국을 가볍게 노려보던 뷔가 마침 헌 시트를 수거하는 자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자 정국도 그런 뷔를 따라 쭐래쭐래 걸어간다. 예전에 한 번 둘이서 가볍게 술 마시다 토로한 뷔의 이상형에 딱 맞는 여자애인 것 같았는데. 왜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일까 정국은 상당히 궁금했다.

헌 시트 보관하는 곳 바로 앞에 위치한 세면대에서 가볍에 고양이 세수를 한 뷔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한다. 정국이 그런 뷔에게 너 고자냐? 라고 했다가 다리 몽뎅이가 부러질 뻔 했다는 건 안 비밀.






너무나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작은 아시아에서는 누가 스태프고 누가 게스트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워낙에 스태프수가 많기도 많고 말이다. 요즘처럼 골든위크라 손님들이 많아질 때는 으레 숙소 안이 시끌시끌하고 복작복작하게마련.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대도시 나하답지 않게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던 작은 아시아는, 그 시즌을 맞아 오키나와의 여름처럼 강렬하고도 왁자한 분위기로 변모했다.

거실에 있는 두 테이블을 모두 점령한 게스트들이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며 술파티를 벌인다. 그리고 그 거실 바로 옆 성인 겨드랑이만큼 오는 벽으로 나눠진 로비에서는 오랜만에 스태프들끼리의 술파티가 한창이었다. 낮은 벽으로 공간을 나누긴 했지만 어찌됐건 뚫려있었기 때문에 왁자지껄한 기분 좋은 소음은 작은 아시아의 큰 공간을 함께 가득 채웠다.

로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몇몇 스태프를 제외하고는 전부 모였는데, 손쨩, 정국, 뷔, 네상, 쇼미 정도였다.각자의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안주며 주전부리를 깠다. 다들 기분 좋게 취한 상태였다. 저녁 타임 당번이었던 뷔역시도 알딸딸하게 취해 평소보다 말이 많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다가 손님이 오면 체크인 수속과 숙소 안내를 해주곤 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닌가. 정국은 이런 곳도 있구나 하여 새삼 놀라웠다.


다시는 결가같은 곳을 찾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세상에는 상상하지 못한 장소와 사람들이 얼마든지 존재했다. 겪어보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정국은 이 곳에 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으아, 힘드러-"

"아하하, 뷔 쓰러졌어?"

"뷔~~~~쨩~~~~~~~"

"우하하하학, 손쨩 또 올라타지 마, 그림 이상해져!"

"뷔~~~~~쨩~~~~~~~"


취기가 올라 더워졌는지 선풍기 앞에서 아 소리를 내며 바람을 맞던 뷔가 급기야 뒤로 드러누웠다. 그걸 보고 스태프 모두가 폭소하자 손쨩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뷔의 위로 올라 탄다. 그냥 올라타 앉는 정도가 아니고 이건 뭐 덮치기라도 하는 자세로. 참고로 말하지만 스태프든 게스트든 손쨩의 외모(...)와 평소 성격과 행동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손쨩의 그런 행동도 그저 장난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더운데 위에 올라타 자신을 내리누르며 달라붙기까지 하는 손쨩에 뷔가 떨어지라고 밀어댔지만, 그럴수록 더 찰싹 달라붙는 손쨩이었다. 그 때 타이밍 좋게 아까 낮에 뷔에게 대시했던 여자가 계단을 올라오며 뷔와 손쨩의 그런 꼴을 보고 말았는데, 뷔도 그 여자를 보고 말았다.

그 때였다. 그 전까지 손쨩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던 뷔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손쨩~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자기 위의 손쨩을 가득 껴안는다. 손쨩의 어깨에 코를 부비부비하기도 한다. 뷔의 그런 갑작스러운 태도ㅡ와 감정ㅡ의 변화를 기민하게 눈치챈 건 정국과 손쨩이었다. 다른 스태프들은 뷔와 손쨩이 만들어낸 웃긴 상황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고, 정국은 그 와중에도 뷔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쨩은, 손쨩이었기 때문에.


바닥에 드러누운 뷔의 위에 올라타 뷔에게 더 파고드는 손쨩과 손쨩을 껴안은 뷔를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과 발걸음이 함께 굳더니, 곧 자신의 침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간다. 아무래도 내일 데이트는 없었던 일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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